배트 플립 (빠던)
2020년 코로나 19 사태가 발발해 메이저리그 개막이 긴급 연기된 사이 KBO 리그가 스포츠 전문 채널 ESPN 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 되면서 팬들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배트 플립 이른바 빠던 이야기다.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정적인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가장 화끈한 볼거리인 홈런, 거기에 화려함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바로 배트플립이다.
이는 타자가 투구를 받아친 뒤 배트를 허공에 날려보내는 동작과 그렇게 날아간 배트의 비행 궤적이 포함된 개념이다.
선수의 타격 자세가 반영되어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국내 팬들은 오래전부터 배트 플립을 선수들의 개인기로 여기고 즐겨왔다.
동시에 배트플립은 논쟁의 대상이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일상인데 베이저리그에서는 금기 행위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메이저리그의 역사가 우리 보다 한발 앞선다는 것 때문에 배트 플립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로 여겨진 적도 있었다. 사소한 문화 차이라고 인식하기도 했고, 야구를 대하는 자세의 옳고 그름으로 구분하는 과도한 의견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이런 분위기가 남아 있다. 메이저리그 16년 경력의 선수 출신 방송인 마크 데로사는 ” 배트 플립은 투수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이므로 위협구를 얻어맞는 게 당연하다 “고 주장했다. 그들은 스포츠에 매너는 필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2016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었던 이대호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배트 플립에 대해 따로 구단 차원에서 조언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 배트 플립을 하게 되면 선수 자신뿐 아니라 동료가 피해를 볼 수도 있으므로 최대한 자제했다. “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심재학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배트 플립의 의도성을 딱 보면 안다고 했다.
공을 때리고 배트를 놓기 까지 손목을 관찰했을 때 여분의 동작이 나타나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선수 출신 전문가의 눈으로는 말 그대로 ‘멋 부리는 손목’을 포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삼성라이온즈의 신인 양준혁의 과감한 배트 플립에 동료들이 과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바로 분위기를 감지한 당시 삼성라이온즈 고참 선수들이 해태 타이거즈 선수단을 찾아와 ” 양준혁이 아직 어려서 잘 모르고 그런 것이니 이해해 달라” 고 양해를 구한 덕분에 일이 커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강철 감독은 홈런을 맞은 투수 입장에서는 배트 플립까지 지켜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인 말도 덧붙였다.
어쩌면 경기장 분위기가 배트 플립의 해석을 좌우하는 요인일 수도 있다 치맥에 응원가를 부르며 치어리더와 함께 즐기는 야구 KBO 리그만의 특징이다.
경기장 전체가 흥겨운 분위기에 휩싸이면 배트 플립도 세리머니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은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마이애미 등 미국 여러 곳에서 열렸는데 현역 메이저리거가 대거 출전한 경기였음에도 배트 플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국가대표 경기가 흔치 않은 야구에서 정규 시즌의 엄숙함을 잠시 내려놓은 선수들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다양한 세리머니로 자국의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홈런을 날린 사람의 차이보다 경기가 치러지는 분위기의 차이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사례이다.
한때 야구 만큼은 미국 사대주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야구는 누가 뭐래도 메이저리그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만 야구라는 경기는 각 플레이 하나하나가 점과 점으로 이어져 한 경기 전체의 선을 이루는 종목이다.
메이저리그가 한국 야구보다 한 수 위라고 해서 한국 야구 경기에 수놓아지는 수많은 점들이 모두 메이저리그의 점들보다 열등하거나 모자란 것은 아니다.
좋고 나쁨은 따질 수 없는 점들이 수두룩한데 배트 플립도 그 중 하나이다.
배트 플립은 일단 재미있고, 볼수록 멋지다 결정적으로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배트 플립이라면 엄숙할 이유가 없다
한 야구팬은 이런 말을 남겼다. ”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 최소한 배트 플립 분야에서는 그렇다. 해외스포츠중계